공원의 경계와 확장성
용산공원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
나무도시. 2013. 엮은이_배정한
공원의 경계와 확장성 _유시범
최근의 조경 설계 경향 중 하나는 유연한 경계를 바탕으로 소통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원 설계에서도 도시와 공원의 소통을 중요한 전략으로 취한다. 주변 도시와의 명확한 경계를 통해 공원이 도시와 분리된 피난처의 역할을 하기보다, 도시의 기능이 공원 내로 유입되고 공원의 기능이 도시에서도 작동하면서 경계부가 유연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들은 비중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경계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용산공원의 위치가 도시 서울의 한복판인 이유와 함께 대상지가 그동안 폐쇄된 형태로 있었다는 점도 그 이유로 작용한다. 도시와 공원의 소통이 경계부 전략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질적인 요소가 만나는 경계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간과할 수는 없다. 주변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출품작들의 이러한 경향은 설계자의 의도이전에 2011년 10월 확정·고시된『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서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1
이와 관련된 항목은 세부 내용 중 공원의 구조에 대한 전략인‘유연한 경계와 도시로 확산되는 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인접 도시의 조건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관계 형성을 위한 경계부가 필요하다는 전략이다.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의 기본구상에서 제안하는 것은 공원 주변부를 경계부와 인접부로 구분하여 각각의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전략을 세우 는 것이다. 이 기본구상에서는 경계부를 직접적인 진입과 확산의 네트워크가 시작되는 곳으로 보고, 공원의 네트워크 확산을 고려하여 경계부에서 녹지 체계, 수 체계, 보행 체계가 연계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또 인접부는 공원 네트워크를 시가지로 확산하는 연결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자 외곽 지역으로의 광역적 연계를 꾀하는 지점으로, 접근성 향상을 위해 보행 체계를 연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원 주변부의 밀도 계획, 시각축 등을 고려한 개발이 유도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원의 확장성
용산공원에서‘확장성’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대형 공원이기 때문이다. 공원이 대형화되는 것은 그것의 영향을 받는 범위도 대형화됨을 의미한다. 용산공원에는 다양한 인접부가 있다. 당연히 많은 접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다양한 연계 전략이 필수적이다. 수많은 인터페이스 공간들은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질서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시하라 요시노부의 이론에 근거하면, 공원의 경계부는 공원의 내적 질서와 도시의 외적 질서가 만나는 공간이다.2 인터페이스 공간을 어떠한 질서에 편입시키는가는 확장성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설계가는 기본적으로 내적 질서를 만드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산공원은 가변적인 외적 질서에 대한 포용력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다양한 접점들 속에서 공원과 도시의 연계 전략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쉽지 않은 이유는 용산공원의 주변부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형의 왜곡을 비롯해 미군기지의 외벽, 국방부,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매스들은 공원의 확장을 가로 막는 잠재 요소이다. 공원의 확장성은 물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듯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수평적인 요소와 함께 수직적인 전략이 함께하는 그린웨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공원은 확장력을 가질 수 있다.
용산공원의 전반적인 전략 가운데 공원의 확장성과 관련이 깊은 대목은 공원의 구조와 관련된 부분으로, 바로 이 글이 중점을 두는 지점이다. 공원의 구조는 국가적 상징성과 지역적 정체성의 경관적 재현, 남산에서 용산공원 그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경관축 형성, 유연한 경계와 도시로 확산하는 공원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이 외부로 확산될 수 있는 계획과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한편으로는 주변부 계획을 통해 공원의 확장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확산과 확장은 비슷한 말로 모두 주변과 공원의 관계를 말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확산은 어떤 병이나 기질 따위가 넓은 범위에 걸쳐 퍼져있거나 퍼지는 성질을 말한다. 공원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동시대 공원이 가진 성격과 문화가 공원의 내외부로 퍼질 때 확산이라 말할 수 있다. 반면 사전적 의미의 확장은 물리적이며 가시적인 것을 말한다. 확장성은 확장 가능성, 연장성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두 단어는 서로 영향을 주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공원 설계에서 확장성이란 용어는 2008년 강북대형공원 마스터플랜 국제현상설계 공모전에서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가 사용한 적이 있다. 대형의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를‘그것은 단순히 단일 공원의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공원의 다양성과 확장성의 문제’라고 설명하였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그램으로 대지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공원의 증식과 확장을 통해 대형 공원을 제안하는 안이었다. 그리고 2010년 5월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기본구상 국제세미나에서 김아연은 외부와 연결되는 여러 곳의 게이트와 주변부의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공원의 확장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확장성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고 알고 있는 용어다. 이와 관련해 배정한은 2004년 다운스뷰 공원Downsview Park에 대한 글에서 공원의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릿하게 함으로써 공원을 도시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공원으로 밀려들어오는 도시의 힘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설계안의 전략을 설명한 바 있다.3
공원의 확장성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 이론과도 관련을 맺는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도시와 경관의 불확실성, 비종결성, 혼합성을 다룬다. 이것은 수평적 판, 생태성, 상상력 등의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4 이 중에서 수평성은 현대 도시와 경관의 관계에서 작동하는데,5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서 수평성의 개념은 공간의 가능성을 위한 열린 시스템을 고려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간의 물리적인 구조를 말하기보다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나 특질의 연속적인 잠재성을 말하는 것이다.6 배정한은 또 다른 글에서 이 수평성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설계공모에서 실험되었다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대한 공지는 이 도시의 비위계적, 탈중심적, 민주적 성격을 구현하는 물리적 장치이자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 수평적 판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실험실이라 할 만한 것이다.”
출품작에 나타난 확장성
필자의 유추와 짐작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출품작들에 나타난 확장성은 현재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조건을 통해 예측 가능한 미래를 포함한다. 용산공원 내부의 확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용산공원과 인접한 도시 및 자연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공원의 확장성에 주로 중점을 두고 있다.
“Openings: Seoul’s New Central Park”(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삼성에버랜드외; 이하“Openings”)는 대상지의 어수선함을 해결하기 위해 빛, 공간, 명료함에 초점을둔다.“ Openings”는잠재되어있는조건을증폭시키는어휘이다. 이를위한 전략으로 네 가지 레이어를 제시한다. 먼저‘Earthwork and Topography’를 통해 대상지의 지형을 조작한다. 그들은 산에서부터 평지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형적 특징을 발견하였다. 미군기지의 개발을 위해 조작된 계단식 테라스 형태의 산, 계단, 수평적으로 뻗어있는 절벽 등 땅을 분절시키는 요소들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이곳을 차지하는 몇몇 건물을 지워 지형의 흔적을 명료하게 하였다. 이는 용산 미군기지 내부 땅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동시에 남산에서부터 한강으로 이어지는 지형을 회복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것은 공원의 태생적 환경 조건을 외부로 넓혀서 땅을 통해 확장성을 달성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둔지산의 지형은 자연스럽게 공원 안에서 밖으로 연결되고 수 체계 역시 자연스럽게 만초천과 연결된다. 한편 이런 지형 조작의 과정을 통해서 길들이 생겨난다. 대상지에 존재하던 직선의 길 그리고 산과 천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곡선과 구불구불한 길은 용산공원의 부분들을 연결시킨다. 미군기지는 작은 도시로서 군대의 특성상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직선의 길을 사용해 왔다. 빠름을 상징하는 직선의 길은 새로 개발될 용산국제업무지구, 삼각지역 주변지구, 남영동 상업지구 등의 도시 조직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런 전략은 ‘Pathway Matrix’에 드러난다. 기존의 길과 새로운 길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뼈대를 이루고 인접 도시의 성격에 맞추어 확장 가능할 수 있는 설계를 하였다.


“Yongsan Park for New Public Relevance”(신화컨설팅+서안알앤디 디자인 외; 이하“Public Relevance”)는 급속한 발전에 의한 사회 문제를 거론한다. 청나라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국내 역사와 함께 세계대전의 기억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공공적 적실성public relevance을 제안한다. 이 안은 용산과 남산은 하나라는 콘셉트로 두 대상의 관계 회복을 제안한다. 그리고 동시에 산과 사람의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이는 본래의 지형을 복원함으로써 대한민국 국토가 가지고 있는 하나로 이어지는 맥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땅과 사람의 관계를 보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수계를 찾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물을 같이 쓰는‘동洞’의 개념에 의해 생긴 해방촌을 비롯하여 용산 주변에 있는 경리단, 이태원 남산 자락의 마을이 생기게된 계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해 대상지를 바라보면서 용산공원과 주변부 전체를 하나의 경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경계를 넘어 용산공원이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의 프레임을 제공한다. 하나의 예로 용산공원의 외곽 우측에 위치한 경리단길에서 흘러온 물이 같은 배수유역을 이루는 만초천과 합류하고 도시로 흘러나가는 전략을 보인다.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 사이를 지나는 이태원로와 북쪽에서 동서로 평행하게 가로지르는 길1st Corps. Blvd. 주변은 공원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행태를 담을 수 있는 넓은 공간과 박물관, 전시관을 배치해서 다양한 활동을 예측하게 한다.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열린 공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국립중앙박물관, 서쪽의 국방부와 전쟁박물관이 즐비한 공간 구조에서 동쪽에 평화 공간을 계획하는 것은 물리적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공원의 확장성이 저해되는 느낌을 준다.
확장성을 보여주는 세부 사례는‘Intercultural Corridor’에서 나타난다. 소셜 믹스social mix와 컬처럴 믹스cultural mix를 추구하는 이 전략은 장소성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태원과 해방촌, 경리단길에서 외국인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미군기지와 무관하지 않았다. 폐쇄된 형태의 용산 미군기지가 작게나마 지역과 소통한 것은 생활 문화였다. 미군기지가 떠난다면 그런 관계의 단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전략을 통해 그런 문화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 유스호스텔과 다문화 공간, 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공원 경계부로 초대하고 있다. 장소가 재사용되고 혁신되면서 공간이 확장성을 갖추게 되고 인접부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Healing: The Future Park”(West8+이로재 외; 이하“Healing”)는 대상지를 복잡하고 아픈 기억을 가진 땅으로 보고 치유의 방법으로 접근한다. 자연의 치유는‘삼천리금수강산’을 콘셉트로 한다. 남산에서 대상지로 연결되는 둔지산이 잃어버린 자연스러운 산자락의 모습을 복원하면서 한국적 경관을 구성한다. 역사의 치유에서는 기존 건물의 기억을 남기고 새로운 소셜 플랫폼을 제시한다. 문화의 치유에서는 경계를 넘어 새로운 문화적 창달을 위해 사람과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연계를 전략으로 삼았다. 이 안도 남산과 용산공원의 녹지축 연결과 수 체계 복원을 이행한다. 다만 금수강산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인지 이 안의 수 체계는 다른 안들과는 약간 상이하다. 사우스 포스트에서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산에서 시작한 물이 대상지를 거쳐 새로 개발될 용산IBD를 지나 한강으로 합류한다. 산에서 흘러 도시를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대한민국의 수 체계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금수강산이라는 의미의 재생은 단지 생태적 복원에 그치지 않고 공간적 확장성을 지닌다. 물길이 동에서 서로 흐르면서 흐름을 이끌어 내었고 물길의 흐름이 공원과 도시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공간은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용산IBD 방면에서 용산공원으로 접근하는 경계부가 국방부 건물로 인해 접근성이 다소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물길을 통해 공간의 문제를 극복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용산기지 외곽의 반포로와 한강로가 공원으로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는 점에서 핵심적인 장소에 브리지bridge를 놓았다.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태생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 의미를 통해 공원이 갖는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용산 미군기지의 높은 벽이 문제로 인식되지만 벽이 없어진 후에도 대로라는 장애물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가 모두 미군기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두 장소가 단절되어있는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극복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세부적으로는 이태원과 인접하는 부분에서 밤의 경관을 공원 안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는 안전성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공원과 도시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형상화했다.

“Yongsan Park Towards Park Society”(조경설계 서안+M.A.R.U. 외; 이하“ParkSociety”)가 내세우는 전략은 사회문화적 인프라 구축이다. 공원이 하나의 인프라이자 열린 공간으로서 민주적인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안이 경계에 대해 밝힌 견해는 그동안 용산기지는 벽과 게이트에 의해서 갇혀 있었고 그것은 하나의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장애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용산공원은 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벽이라는 구조는 수평적 확장성을 가로막는 장치이다. 그리고 벽 안에 있는 것은 폐쇄성으로 인해 타자에 의한 성역화가 진행된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숲과 같이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 한복판에서 갈 수 없는 미지의 곳인 동시에 기억에서 잊힌 장소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군기지로 쓰이며 오염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도시의 확장으로부터 침범을 받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온전한 상태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확장성은 다소 다른 의미를 지닐 것이다. 공원은 확장성이 있어야 하고 경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경계가 열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용산기지를 둘러싼 인접부의 개체가 벽을 넘어 공원 안으로 침범하는 것은 일종의 성역화가 되어있는 또다른 도시를 망각한 행위일 수 있다. 경계의 양쪽에 있는 요소는 똑같이 확장성을 가지는데 때로는 그 영향을 저울질하여 맞춰줄 필요를 느끼게 한다. 실제로 이 안은 용산 주둔지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도시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작은 도시를 위한 남아있는 인프라스트럭처와 새로운 구조의 결합은 소도시 용산기지를 대도시 서울로 확장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이것은 물리적인 만남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가 조화롭게 만나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Multipli-City”(씨토포스+SWA 외)는 서울의 밀도와 다양성에 주목한다. 이 안은 용산 미군기지에는 자연의 산과 숲, 하천 그리고 고도로 개발된 현대 도시의 모습이 복합적으로 있다고 본다. 도시의 밀도와 생태적 다양성을 두 개의 축으로 보고 서울에서의 용산공원의 조건을 판단한다. 용산공원은 결과적으로 두 요소로 이루어진 도시에 포함되고 작동한다. 최초의 설계 철학이 도시와 공원의 조율이라는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이 안은 용산 미군기지가 군부대 기능외에 인구 3만 명을 위한 하나의 작은 도시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것은 공원이기 전에 하나의 닫힌 도시가 새로운 도시와 만난다는 관점을 제공한다. 도시와 도시가 수평의 관계에서 만나고 확장한다는 관점이다.
기존의 구조들을 새로운 공원의 요소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도시가 공원이 되고, 공원이 도시가 되는 콘셉트를 보인다. 두 개의 도시가 확장하여 만나고 공원으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이 안에서도 다른 안과 비슷하게 지형의 복원을 통해 고립되어 있는 남산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생태적 시스템의 복원을 목표로 삼는다. 또 공원 안팎의 생태 자원과 도시 조직 안에 있는 오픈스페이스들을 연결시켜서 용산공원과 주변부가 함께 하나의 도시로, 하나의 공원으로 성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용산공원 주변 곳곳에 있는 그린 오픈스페이스들을 찾아냄으로써 공원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Yongsan Madangs”(그룹한 어소시에이트+Turenscape 외)의 전략은‘경계로부터의 시작’이다. 이 안은 용산공원과 주변 커뮤니티 조직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사람들에게 문화적이며 유용한 마당과 같은 공원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방촌과 남영동 등 네 가지 경계부에 각각의 타입을 제안한다. 경계부 전략에 대해“Sacred Presence Countryside in Citycenter”(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Oikos Design외; 이하“Sacred Presence”)가 섹션을 통해 표현했다면, 이 안은 커뮤니티의 확장을 평면적으로 나타낸다. 다른 안들에 비해 이 설계안은 공원 경계에 존재하는 수많 은 크고 작은 도시 조직들을 발견한다.
용산공원은 사람들에 의해서 사람들을 위한 공원이 된다고 믿는다. 문화를 통해 공원과 주변 조직들이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서 공간이 가변적 유연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용산공원의 경계에는 수많은 커뮤니티가 인접해있고 그들은 용산공원을마당 삼아 공원 이용의 주체로 성장한다. 경계에서 시작된 사회적, 문화적 공원의 성질이 확산성을 갖는 것이다. 이 안이 추구하는 도시와 공원의 확장성은 사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가 반드시 확장해야 할 당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작위적일 수 있다. 이런 접근은 다소 일방적이다. 용산 미군기지로서 가졌던 장소성은 스스로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외부 요인에 의해 자체의 장소성이 외면당하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또한 주변 경계에 집중한 것은 인접부를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줄 수는 있지만, 공원이 주변화가 되거나 특정 집단에 의해 사유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주변부 조직과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외 다른 부분과는 단절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공원 자체의 내부 질서가 확장성을 가지면서 인접부가 변화할 수 있게 유도하는 전략이 동시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를 가로지르는 이태원로 등 공원 내부에 생길 수 있는 특수한 경계를 고려하였다면 확장성의 저울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Connecting Tapestries from Ridgeline to River”(CA조경기술사사무소+Weiss/Manfredi 외; 이하“Connecting Tapestries”)는 주변의 공원 경계에 있는 여러 지역과 서울 및 다른 곳에서 오는 사람들의 접근을 통해 도시와의 연결성을 고려한다. 각각의 공원 입구의 성격에 따라 도시 조직과 연관되는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활동을 제시하였다. 게이트웨이는 공원의 인접부 중에서 영향력이 큰 것을 기준으로 선정된다. 공원 내부는 산세를 유연한 곡선으로 복원한다. 그것을 중심으로 동쪽은 도시 조직이 공원으로 스며드는 형태를 보이며 서쪽은 공원을 향해 열린 형태를 보인다.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동서방향의 강한 축은 도시와 공원을 연결시키려는 강한 시도로 보인다. 공간이 확장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소 주변부에만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안들과 마찬가지로 남산과의 관계를 고려하였는데 특별한 점은 남산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비오톱 전략이다. 지형을 통한 산세 회복 이외에 생태적 입장에서의 남북 녹지축을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피상적인 연결을 넘어서서 자연과 자연의 만남을 통해 생태적인 확장성을 촉발시킨다. “Sacred Presence”는‘Good Urbanism’전략을 통해 공원은 경관의 차원을 넘어 도시 조직의 일부라 말한다. 그리고 공원의 경계는 선이 아니며 하나의 존 zone이라고 표현한다. 경계는 수평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레이어로 표현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장소로 말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공원의 주요 경계 아홉 개 장소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 도시와 공원의 연결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고민하였다. 건물을 통한 진입이나 기존에 있던 벽을 이용한 진입등 다양한 경험을 장소의 성격에 맞게 제안하였다.

마치며
공원의 확장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는 여전히 복합적인 문제이다. 각각의 안들은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각각의 안들이 유사점을 보이기도 한다. 큰 틀에서『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안에서 확장성에 대한 부분은 전체를 지배하는 철학에서부터 나오기도 하고 물리적인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세부적인 프로그램에서도 확장성을 고려한 전략이 나온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확장성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이며 가시적인 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때때로 개념에는 존재하지만 물리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 설계안의 경우에도 확장성이 없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체를 관통하며 스며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확장성은 통합적으로 주변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일컫는 언어로 종결될 수밖에 없게된다.
공원의 확장성은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담는 말이다. 공원이 다양성을 바탕으로 확장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전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때때로 그것은 플러스를 뜻하지만 마이너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확장성은 구조적인 확충을 뜻하기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변화 가능성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복합 경관인 것이다. 조경 설계에서 확장성은 디자인 결과 자체로 달성하기 어렵다. 그보다 디자인의 전 과정을 통한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완공 후 공원을 관리·운영하는 측면까지 그 의미가 확대될 수 있다. 그 방법과 정도를 정하는것은 설계자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공원의 확장성이 공원 자체의 내부적 진화보다는 공원과 도시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용어라는 것이다. 도시가 가진 외적 질서를 고려하기 위해서 확장성은 논의의 가치를 지닌다.
용산공원은 단계별 계획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2017년에 1단계가 시작되어 2032년 4단계가 끝난다고 한다. 공원은 크고 작은 유닛의 공원과 오픈스페이스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15년에 걸쳐 개발되는 동안 작은 도시 용산 미군기지가 변하듯이 큰 도시 서울도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변화의 양상과 요인을 파악하여 그것에 대응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공원을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도시와 공원이 어떤 방식으로 손을 잡을 것인가는 바이아란트8 퍼즐 조각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조합은 계속해서 생성될 것이다.
1 국토해양부,『 용산공원정비구역종합기본계획』, 2011.
2 아시하라요시노부저, 김정동역,『 건축의외부공간』, 기문당, 2009, pp.151-161.
3 배정한,『 현대조경설계의이론과쟁점』, 도서출판조경, 2004, p.117.
4 James Corner, “Landscape Urbanism”, Landscape Urbanism: A manual for the Machinic Landscape,
Chronicle Books Llc, pp.58-63.
5 찰스왈드하임,“ 어바니즘으로서의랜드스케이프”, 김영민역,『 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 도서출판조경, p.40.
6 조경진,“ 한국적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의전망: 딜레마와가능성”,『 환경과조경』272, 2010, p.155.
7 배정한,“ 대형공원, 생산, 프로세스 –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설계공모”,『 봄, 디자인 경
쟁시대의 조경』, 도서출판 조경, p.26.
8 바리아란트(Varialand)는 셀렉타(Selecta) 회사에서 출시한 정답이 없는 창작 퍼즐 조각이다. 집, 나무,
연못, 동물 등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