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샵# or 플랫♭

A에게 전한 말은 대부분 어떤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전파된다. 때로는 특정인 B에게 전달된다. 이것은 의도한 바 일 수도 있다. 반면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기도 한다. 이 흐름은 대체로 추측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랜덤이다. 그래서 어쩌면 굳이 예측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은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면 된다. 누가 언제 무얼했다는 일들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빨리 잊어버릴수록 뇌가 가벼워진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디테일을 부여할 수 있다. 그 말의 높낮이에서 입장이 다소 달라지는데 샵# 또는 플랫b에서 주체의 마음이 드러나게 된다. 음(音)이 달라지는 것은 고의성 유무에 따라 마음이기도 하고, 능력이기도 하다. 둘 다 중요하다. 음정이 불안한 그 말은 일상적인 대화로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격을 알 필요는 있다.

관계의 틀을 더 확대해 큰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엮여있는 더 큰 시퀀스를 봐야한다. 감각적인 사람은 쉽게 인지할 수도 있다. 센스, 직감, 느낌이란 단어들로 흔히 표현된다. 그런데 이는 사실 대단히 논리적인 알고리즘과 같이 수학적 기반 위에서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찰’로 명명할 수 있을 이 능력은 어디서 얻어지는 것일까?

역시 관계의 복습일 것이다. 관찰과 결과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실험적인 자세가 아니다. 시험하는 게 아니다. 직관이다. 내가 했던 말이 돌고 돌아가며 변형되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그것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 이를 준비하고 대비해서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아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대단히 합리적 기반 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치밀함의 반복에서 세밀함이 발견된다.

누군가 자꾸 샵 또는 플랫의 불안정한 소리를 낸다면 노래를 그만두게 해야할 지도 모른다. 필터링의 수용치를 인지하고 여과하도록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아니라면 적어도 세밀함의 능력은 우리가 가져야겠다는 직감이다.

샵# or 플랫♭ /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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