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계절이란

름의 한가운데서 여름인 줄 모른다. 긴 장마와 찌는 폭염, 찝찝한 습도에도 그렇다. 더위와 싸우는 업무에 열중하면서도 도무지 계절을 모르겠다.

통 달의 숫자가 바뀌면 계절이 온 줄 안다. 7월과 8월은 분명 여름일테다. 선풍기를 꺼내고 반팔을 내어 입는 시기, 에어컨의 누진세를 걱정하는 시기다. 그럴 때 “왔구나”라며 체감하게 된다. 기상청이 고지한 숫자들도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환경들이 바뀌면 계절이 변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계적으로 주입되는 “계절의 침입”이다. 뇌에 새겨진 여름의 증거들이다.런데 사실 계절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머리로 받아들이는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살갗이 느끼는 기억, 온몸을 관통하는 바람, 그 사이마다 머물다간 향기다. 북서풍과 남동풍 안에 스며온 그와 나만이 나눈 교감이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그 때의 분위기다.

절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살며시 들어와 머물다 홀연히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아직 여름인 줄 모른다.

– 여름인 줄 몰라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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