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제주에서 온 감귤 한 상자에 담긴 농부의 마음

  아는 분을 통해서 제주에서 귤 한상자가 왔는데 생긴 것들이 다 올망졸망하다. 그런데 색깔이 노랗다가 푸르스럼하고 까맣기도 하다. 게다가 왜 이렇게 상처도 많은지 먹을 수는 있을지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올해 세 번이나 온 태풍이 모두 제주를 지나갔던 게 생각난다.

  귤을 수확하던 농부가 태풍 앞에서 얼마나 마음 졸였을지 생각하면 애처롭다. 그리고 이 귤들을 담는 심정은 또 어떠했겠는가. 사연을 상상하니 작은 귤 하나에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못생기면 어떻고 맛이 없으면 어떤가. 그래도 이렇게 내게로 와 값어치를 충분히 했음이 고마운 일이다.

201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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