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dog)

영화의 핵심은 위 사진 지점이었던 것 같다.
피터가 승마를 배웠고, 필과 함께 친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단 둘이 나왔던 때이다. 엄마 로즈는 피터가 걱정돼 달려나가 말렸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다.

토끼 한 마리가 나와서 숨는다. 필은 토끼가 도망가는지 보자며 겁을 준다. 그러다 토끼가 다치게 된다. 그리고는 편히 보내주라고 한다. ‘필’스러운 전개방식이다.
피터는 다친 토끼를 잡아 괜찮다고 여러번 쓰다듬어 안심시킨 뒤 깔끔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터’의 방식이다. 토끼를 대하는 둘의 태도는 극명하다.
영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여러 리뷰에서는 남성성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피터가 토끼를 대하는 방식은 필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암시로도 볼 수 있다. 현재는 친해지는 듯한 모습으로 안심시키고 있고, 어느 순간 죽음이 엄습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토끼를 죽인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피터 앞에서 그 모습을 대놓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심리가 내재된 상태로 보인다.

이때 우연히 필은 손을 깊이 베이게 된다. 피터가 고의로 그랬는지 확인하려고 여러번 장면을 되돌려봤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분명히 필과 피터가 같이 통나무를 던지던 중에 발생한 출혈이었다. 그래서 최초 촬영 때는 고의성이 담긴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할 때 뺐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극의 전개를 위해서는 빠지는 게 옳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첨부된 사진은 이때 필의 손에서 떨어진 피가 묻은 사진이다. 피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살짝 짓는다.
그리고 술에 취한 어머니 이야기에서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면을 강조하면서 ‘이곳(당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이어진 술 문제에서 아버지가 목을 매 죽었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어서 그 모습을 본인이 처음 발견했고, 줄도 본인이 끊었다고 한다.

이 대화가 다른 장면에서 나왔다면 의미가 없었겠지만, (이후 알게 됐지만) 잠재적 경쟁자인 피터가 손을 베고 피가 뚝뚝 떨어진 상황에서, 그리고 그 손에게 가져다줄 재료는 이미 그 전(승마가 미숙한 상태에서 몰래 다녀옴)에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필이 아버지를 발견했다는 의미는 자살보다는 피터가 죽인 게 아닌가 생각됐다. 이 또한 필이 죽기 전에 알았을 수 있다.

영화 초반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피터가 만든 종이 꽃을 꺾어서 불에 태워, 그 불로 담배를 피웠다. 복수의 태동이었을까.
영화 말미에 다시 담배피는 모습이 나온다. 이번엔 피터가 담배를 태우고 필에게 건낸다.그 의미를 내일 알게 될 것이다는 표정이다. 이때는 이미 모든 작업이 끝났던 때이다.  

인디언이 가죽을 준 엄마 로즈에게 손 장갑을 선물하고 가는데, 복선이었다.
소가죽이 없어져서 피터가 준 탄저병 걸려 죽은 소가죽으로 피터의 끈을 완성하는데, 다친 맨 손으로 작업하면서 탄저균이 침입했을 때의 모습이다. 까맣게 된 화면이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필은 가족의 일원으로 피터가 방학이 끝나 돌아가기 전까지 말 끈을 만들어 선물하려고 했던 것이었으나, 피터는 이를 역이용해 살인의 도구로 사용했다. 어머니가 술에 의지하고 아프게 된 게 필 때문이었다는 것도 그 명분이었다.

– 2022. 02. 24. / The Power of the Dog /
Jane Campion / Benedict Cumberbatch, Kirsten Dunst, Kodi Smit McP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