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사랑

연의 신루

072

사실 우리들은 서로 알고 있었다.
그때의 현재에 충실했던 것일 뿐.

인연이라 말했던 수많은 관계들의 무너짐.
외곽에 맴돌다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들.

함께한 많은 이름은 어느 순간 사람들이란 집단 속에 자리하고.
이내 곧 흩날리는 조각이 되어 봄이 지나는 꽃잎처럼 사라진다.

여느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오늘 헤어짐이 영원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묻어두고.
지금과 영원히 마주하지 못할 운명을 체념한다.

실제로 삶의 끝이 그러한 것을 우리가 알듯이.
우리의 조각들도 그러하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그때의 현재에 충실했던 것일 뿐.

 .. 나는 우리의 이어짐이 작은 유리틈 사이로 덧없이 빠져가는 모래처럼 흩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 시간이 지나도 ……

– 연(緣)의 신루(蜃樓)
201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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