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신루
사실 우리들은 서로 알고 있었다.
그때의 현재에 충실했던 것일 뿐.
인연이라 말했던 수많은 관계들의 무너짐.
외곽에 맴돌다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들.
함께한 많은 이름은 어느 순간 사람들이란 집단 속에 자리하고.
이내 곧 흩날리는 조각이 되어 봄이 지나는 꽃잎처럼 사라진다.
여느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오늘 헤어짐이 영원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묻어두고.
지금과 영원히 마주하지 못할 운명을 체념한다.
실제로 삶의 끝이 그러한 것을 우리가 알듯이.
우리의 조각들도 그러하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그때의 현재에 충실했던 것일 뿐.
.. 나는 우리의 이어짐이 작은 유리틈 사이로 덧없이 빠져가는 모래처럼 흩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 시간이 지나도 ……
– 연(緣)의 신루(蜃樓)
201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