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모든 내리는 것들에는 …

비가 쏟아져 내린다. 회색 보도 바닥에 튀어 오른 물방울들은 더 이상 솟구치지 못하고 다시 바닥으로 거꾸라진다. 그 위로 무음의 검은 신발들이 지나간다. 비의 생명력은 거기서 끝이 난다.

처음 꽃잎이 흩날릴 때도, 가을 낙엽이 내 앞으로 떨어지던 그때도 그랬다. 그리고 첫눈이 내리는 오늘 역시도 흩어져 사라질 뿐이다. 내리는 것들의 운명은 그러하다. 아니 사실 본연의 자리에서 삶을 떠나온 것들이 그런 것이다.

꽃의 향기는 사라지고, 낙엽은 부스러지고 눈은 언제왔느냐는듯 자리를 비워놓았다. 지리한 장마의 끝에 창가에 남은 물방울의 흔적만이 기억을 담고 있을뿐이다. 이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자연히 망각될 것이다.

별똥별은 소멸되는 순간에 있다. 마지막 짧은 시간에만 보이는 슬픈 운명을 타고 났다. 그리고
 기꺼이 그 길로 걸어가고 있다. 되돌아가는 일이란 없다.
잊혀지는 길 위에 놓인 것들은 이렇다.
이것은 체념이기 보다 의연함에 가까운 것이다.

모든 내리는 것들에는 의연함이 있다.

모든 내리는 것에는 의연함이 있다 / 2018.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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