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초보자의 문화 산책

미드소마

2019. 7월

한 집단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외부인들에 대한 이야기.
집단에 속한 그룹(갑:권력&기득권)과 아닌 그룹(을:초대자)이 나뉘어 전개된다.

갑은 그 사회의 모든 것을 주관한다. 심지어 삶과 죽음 조차도 계획한다.
하물며 법과 제도 그리고 모든 일상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 의심없이 초대된 순간 이미 그 안에 있게 되었다. 수백년간 이어온 그들의 문화를 처음 접하는 주인공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판단할 수 있는 자격도 없고, 비판할 수도 없다. 그들은 단지 축제를 위해 방문객 신분에 주어진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 접하는 생소한 문화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적응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고, 그들의 법을 어기면서 그 집단에서 차례로 하차하게 된다. 협조하지 않는 자는 제거되었다. 사실 이것은 협조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미드소마라는 9일간의 축제기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어떤 계획과 목적도 없이 그 조직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것을 버티는 것이 일종의 협조다.

영화는 고작 5일째에서 끝난다. 9일을 채우지도 못한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충격을 받고 떠나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축제 프로그램에서 ‘퀸’이 되면서 그 일원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퀸은 재물을 선택할 권리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친구를 선택한다.

이 남자는 영화 초반부터 주인공과 권태기에 놓인 남자라는 설정이다. 여러 사건과 안좋은 일들을 겪은 여자친구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 캐릭터다. 심지어 초대된 외지의 마을에서 간택되어 다른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도구로 쓰인다.

그것이 재물로 선택된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이미 외부자인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그들의 역할은 모두 ‘조직’의 계획이었다. 주인공 대니를 흡수시키려 했기 때문에 사랑했던 남자와의 분리는 받아들일 숙명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실 외부 세계와는 영원히 결별해야하는 운명에 놓였다.

영화 초입부 대니의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의 결말과 일치한다. 가족들을 항상 빈틈 없이 사랑하고 아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족이었다. 남자친구와도 조금 문제는 있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을 모두 잃게 된 것은 나의 의지(자의)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는 결론이다.

그런 예기치 않은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참아내고 살아내야하는 ‘퀸’의 운명을
주인공 대니가 받아들이는 것이 영화의 엔딩이다. 결말에 울음이 웃음으로 바뀌는 것은 ‘완전한 흡수’라기보다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인식’에 가깝다.

내가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일들에 대한 낯섬에 대해…

삶이 우리가 예측하고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축제도 그러했고, 축제 9일의 시간도 다 마치지 못했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미드소마 / 2019. 10. 6.

 

  • 영화가 외지의 세계를 묘사했다고 해서 꼭 사이비 종교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조직과 사회가 그것과 닮아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도태되고, 하차하게 되는 것이다.
  • 남자친구가 외도를 했기 때문에 죽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런 운명을 받아들였을 뿐. 애초에 선택권도 없이 사용된 재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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