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그날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이 시각 이 장소, 이곳은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
그 생각에 어제 잠을 못 이룬 터였다.
두 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여 그저 빠짐없이 거닐었다.
시간이 교차하는 장소들의 사이로 인사를 한 것인지 감사를 한 것인지
그저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 후로 지금까지 나만 아는 일이 되었다.
나는 이후 그곳에 간 일이 없었다.
그 사람은 여느 때처럼 때맞춰 지각하며 웃으며 날 반기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좋은 관계속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 장소에 대한 이별을 부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곳과의 작별은 혼자만 간직했다.
이후 몇 해를 지나며 한번 쯤은 그날의 나에 대하여
나의 마음과 감정 그 안에 자리한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몇 번의 별 것 아닌 기회가 지나친 후 차츰 잊혀져갔다.
결국 그 기회의 이유 역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고
그날의 풍경은 먼지가 쌓인 흑백으로 남게 되었다.
잊혀진 많은 날들이 지났지만
이제는 독백으로만 남아있지만
돌아보니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꼭 한 번은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