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합리주의

표현의 자유

‘금지를 금지하라.’ 1960년대 수많은 금지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민중이 외쳤던 구호이다. 이후 민주주의가 확립되면서 국민은 보다 더 많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우리는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금지를 허하라’는 주장이다. 우리사회에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모독, 북한정권에 대한 찬양 등 일부 표현은 국가기관에 의해 즉각적으로 처벌되고 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일베사이트와 대북 전단 역시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분위기의 확산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기본권의 축소가 우려된다. 무조건적인 자유의 후퇴는 바람직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불만이 표현의 억제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 문제가 되는 표현은 본질적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이런 표현이 과도했을 때 타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일어난다. 흔히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기본권은 인격권, 명예권이 있다. 우리 헌법은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둘 이상의 기본권을 양립하거나, 서열과 위계를 정해 해결하고 있다. 이는 상황과 사안 그리고 사회인식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한 불만으로 무조건적인 표현의 억제를 주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표현으로부터 파생되는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표현의 억제 대신 표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침해를 당한 대상 중심으로 사건을 해석한다는 의미다. 책임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잉금지원칙에 따라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기본권 제한의 최소화 그리고 제한되는 사적이익보다 제한하지 않았을 경우의 공적불이익이 컸을 때가 기준이다. 일간베스트의 ‘어묵’ 비하 발언은 망자의 인간존엄성을 훼손했다. 목적이 정당하지 않았다. 탈북자 대북 삐라의 경우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하고 있다. 이는 특정 단체에 의한 사적 이익활동으로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을 받으므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은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다. 표현의 정당성은 사건 이후 법에 의해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전단지 유포는 목적의 정당성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대통령 비난 전단지가 사실에 근거했다면 이에 책임을 물을 권리는 없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자유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주체사상을 하나의 사상으로 발표하거나 정당으로 만드는 행위 역시 결과에서 환원해야 한다.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했다면 국가보안법에 의해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상의 다양성 측면에서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표현의 자유는 허락될 수 있다.

다양한 가치가 섞일 경우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법원의 판결이 가치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표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만이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책임은 무조건적인 법의 판결을 따르거나 대세를 따르라는 의미는 아니다. 표현을 한 당사자가 결과론의 잣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과잉금치원칙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밝히는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시대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가진 가치와 그 크기는 절대적이지 않았다. 언제나 논의를 통해 변화를 지향하여 얻은 결과였다.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책임에서 비롯된 논의의 대상이다.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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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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