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여 마땅한 사람들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당신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모든 죄악은 욕망에서 시작한다.
그 욕망이 부패를 가속화한다. by sincereu
이 소설의 구도는 간단하다. 살인과 그것의 동기가 대립한다. 살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그 동기에 명분을 실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그 설정은 한 인간이 욕망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합리화된다. 마지막 경찰까지도 포함이다.
결국 주인공은 살인에 대한 어떠한 처분도 받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물론 열린 결말 속에 들킬 수도 있는 여지가 남아있지만 그것은 작가가 도덕적인 면피를 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잡히지 않는 것이 소설의 목적에 부합한다.
썩은 사과를 버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잘한 일이다..
썩은 사과들은 애초에 썩어있다. 자신이 썩어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그 길로 가게 됐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욕망에게 하나씩 자리를 내주다보니 어느새 남에게 썩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욕망이 부패를 가속화한다. 욕정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불륜의 현장이 소개된다. 요즘은 책, 영화, 드라마 어디서도 정상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다. 자극적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는 대리만족이라하지만, 사실은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1. 등장인물 남자1 : 도시 외곽에 집을 건설중이다. 그 집에서 감독하던 아내가 시공업자와 관계를 갖는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한다. 이 소설의 시작이다.
2. 등장인물 여자1 : 여자의 집에는 엄마에게 초대돼 기거하는 한 남자가 있다. 어느날 방으로 와 자고 있는 여자 뒤에서 자위를 한다. 당시 13살이었다.
이후에도 많은 관계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사랑이 있든 없든 간에…
잘못되거나, 무책임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관계에 대한 내용…
애초에 썩어있는 모습들을 나열하고, 사과를 버리는 행위에 독자를 자연스레 참여시킨다. 완전범죄만 된다면, 썩은 사과는 없애야 한다는 의식을 심는다. 적어도 책을 읽는 순간에는 ‘법’과 ‘도덕’은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2016년에 추천받고 산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영화로 개봉한다고 하는데 아직 알려진 것은 없다. 작가는 마이클 패스밴더, 에이미 아담스를 낙점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희망사항이다.
난 이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마이클 패스밴더는 일부러 출연 영화를 찾아서 본 첫번 째 배우였고, 에이미 아담스는 녹터널 애니멀스, 컨택트에서 보여준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이 책이 주는 느낌과 작가가 생각한 배우와, 내가 생각한 배우들의 느낌들이 모두 일치해서 더욱 기분 좋은 책이 됐다.
– 20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