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기운이 만연한 어느밤
인생이란 나의 작은 스케치북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나 간단히 그린 사람들의 얼굴들 그리고 그 가운데 나를 그렸다 찬공기가 스치며 하는 얘기를 듣지 못하여 하얀 입김을 내쉬며 걸었다 그리고 “그냥 …” 이라고 말했다 공허한 자조적인 웃음과 탄식의 단어 술기운이 만연한 어느 스물 여덟의 밤에 확실해 진 것은 그것이었다 너라는 이름 뿐이었다 2011.03.26 pic by vhm_alex
-
발걸음
발걸음의 차이였다 부단히 그것을 좁히려 했다 열정의 비결이었다 앞에 보이는데도 그 말한마디 건네기 위한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소리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무능력의 소치 발걸음을 믿었던 자만도 역시 뛰어야겠다는 마음은 7년 전 해방되면 꿈처럼 달리려고 했지만 내 안의 호소에 그쳤고 곁으로 따라잡아야겠다는 다짐은 기껏 부를 수 있는 거리로 멀어졌고 곧 신기루처럼 흐려졌다. 정지했다 이 발걸음은 어떤 욕欲에 기댄 것이기보다 아이가 엄마를 향해 뛰어가는 일종의 그런 마음이었다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소리를 쳤을까 조금만 천천히 가달라고 말을 했을까 때로 그들이 뒤를 돌아봤던 순간 정작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이유는 모른다 이것은 대화의 문제였다기보다 발걸음의 문제였기 때문에 어쩌면 그역시도 신기루일테니까 한 번쯤은 손짓을 하고 잠깐이라도 그 간격안에 있으려고 한두번은 멈춰주길 바랬다 뒤돌아보지 않는 흐릿한…
-
그런 것은
보고싶다는 것은 말하는 모습과 웃는 모습과 화내는 모습 당황하는 모습까지 걷는 모습과 인사하는 모습 앉아있는 모습과 서 있는 그 모든 여름의 모습과 겨울의 모습까지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모습 … 좋다는 것은 걷기가 이야기 나누기가 커피 마시기가 목소리 듣기가 찾아헤매기가 마주 앉아있기가 물끄러미 보기가 같은 차를 타기가 그렇게 다가가기가 … 싫다는 것은 오해와 흐르는 시간과 장애와 흐르는 시간과 덩그런 나의 모습 흐르는 시간들과 흘러간 시간들 집착과 심오하고 무거워진 곡해의 마음 덩그러니 남은 미안함까지도 그렇게 어긋나는 … 바라는 것은 그저 … 그냥 … 그렇게 … – 그런 것은 2011.03.01
-
사랑, 나를 발견하는 일
약간의 학구적인 모습은 똑똑하고 현명한지에 대함이 아닌 자기자신을 믿는 소신에 대한 열의이다 약간의 귀여운 모습은 애교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함이 아닌 상대에게 허물없는 모습도 가리지 않음에 대한 순수이다 약간의 아름다운 모습은 여성스러운지 화장을 잘하는지에 대함이 아닌 오히려 더 털털해지며 낮아지는 모습에 대한 매력이다 약간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내게 무엇을 해주고 항상 웃으며 대해주는지에 대함이 아닌 긍정적 토라짐에 담긴 나에 대한 믿음이다 사랑은 그 조금의 가능성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 사랑, 나를 발견하는 일 2008
-
우리라는 말로. 행복이란 말로.
우리라는 말로. 행복이란 말로. 희망이란 말로 이야기를 하세요. 당신이 우울할 때는.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으면. 잠시 눈을 감고 마음으로 노래 하세요. 인생은 원래 불안정한 겁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다시 후회없는 꿈을 꾸는겁니다.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살아온 날들에 우리가 만나고, 만들어 놓은 것들을 우리는 지켜보고 책임을 질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아닌, 어린 시절 웃으며 꿈을 꾸었던 아이가 그리고 그 때는 견디기 힘들었던 그 시련들도 당당히 이겨낸 그 아이가 어느새 지금의 당신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힘들고 어렵더라도 당신은 또 그 산을 넘고 있습니다. 당장 일어설 수 없다 하더라도 거울에 비치는 힘겨운 자신을 보기 전에 지나온 당신의 옛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그것은 지금의 당신이 아닌 그 시간 그 추억, 그 곳에…
-
처음만났을 때
처음만났을 때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참 많이 지나도 정말로 또렷하다 그들은 아마도 모를 그 기억들이 내겐 소중해서 글로 남겨놓은 적도 있다 한 번쯤은 그때의 우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마음이고 너의 존재에 대한 예찬이라며 웃음지으며 말하게 될테지만 사실은 네가 있어서 고맙고 그 시절이 행복했다는 그리고 처음부터 그것을 직감했다는 내 마음 깊은 곳, 그 자체로 유산을 전하고 싶은 것이었다 – 처음 본 순간
-
뜨거운 고구마
뜨거운 고구마를 같이 먹어야 친구다 연인이다 사랑이다 눈이 오는 날 난로가에 앉아 호호 불어가며 뜨거운 고구마를 붙잡고 같이 먹어야 친구다 뜨거운 고구마 호호 불어서 한 입 베어먹을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 뜨거운 고구마 2013. 11
-
장마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이야. 매년 여름. 한국에 없는 동안 장마가 끝났지. 4년만이네. 그래서 그냥 좋아해주기로 했다. – 2010.07 또다시 4년만에 찾아온 장마. 매년 여름. 한국에 있는 동안 장마가 찾아왔지. 그런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 그래서 또 좋아해주기로 했다. –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