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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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내리는 것들에는 …
비가 쏟아져 내린다. 회색 보도 바닥에 튀어 오른 물방울들은 더 이상 솟구치지 못하고 다시 바닥으로 거꾸라진다. 그 위로 무음의 검은 신발들이 지나간다. 비의 생명력은 거기서 끝이 난다. 처음 꽃잎이 흩날릴 때도, 가을 낙엽이 내 앞으로 떨어지던 그때도 그랬다. 그리고 첫눈이 내리는 오늘 역시도 흩어져 사라질 뿐이다. 내리는 것들의 운명은 그러하다. 아니 사실 본연의 자리에서 삶을 떠나온 것들이 그런 것이다. 꽃의 향기는 사라지고, 낙엽은 부스러지고 눈은 언제왔느냐는듯 자리를 비워놓았다. 지리한 장마의 끝에 창가에 남은 물방울의 흔적만이 기억을 담고 있을뿐이다. 이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자연히 망각될 것이다. 별똥별은 소멸되는 순간에 있다. 마지막 짧은 시간에만 보이는 슬픈 운명을 타고 났다. 그리고 기꺼이 그 길로 걸어가고 있다. 되돌아가는 일이란 없다. 잊혀지는 길 위에 놓인 것들은 이렇다. 이것은 체념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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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박정현 (Lena Park) – 나의 하루 – 마지막 길거리 버스킹(비긴어게인2) 내겐 잊는 것보다, 그댈 간직하는 게 조금 더 쉬울 것 같아요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어. 그대의 따뜻한 두 눈을 볼 수 있게. 1998년에 나온 노래… 2018년 비긴어게인에 라이브로 나온 음원이 너무 좋아 녹음했습니다. 가사도 노래도 감동입니다. 2018. 10. 17.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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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데이터 초기화
홈페이지 업데이트 실수로, 초기화가 됐다. 글은 다행히 복구가 되었는데, 사진과 데이터는 전부 완전히 사라졌다. 복구할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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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 아키텍트(ZHA) 협업 참여 전시기획
자하 하디드 런던 본사(ZHA)와 협업했던 자하 하디드 360도 전시 크레딧(Credit)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자하 하디드 공식 홈페이지에 제 이름(Sibeom Yoo)이 올라와있는 줄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DDP 개장식에 맞춘 전시였고요. 대표님도 내한 하셨습니다. 사진도 같이 찍었어요^^ 이때도 참 고생했었는데, 큰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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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꽃
여행 중에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유럽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전달해서 돌려보고 있다고 해요. 재밌죠? 기차에서, 카페에서 틈틈이 읽었어요. 그리고 오늘 더운 도시 세비야에서 할 게 없길래, “메트로폴 파라솔” 테라스에 앉아서 일몰을 기다리며 다 봤습니다. 17년 전 읽었을 때와 다르게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어요. 이어서 일몰을 보는데 평생 기억에 남을 8월 30일의 세비야가 됐습니다. 해가 진 후 야경을 보러오신 분에게 저의 감동과 함께 책을 전달했습니다.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지만 그분에게도 분명 큰 선물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이 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이 우연히 받아든 책 한 권이 될 줄은 몰랐네요. 이 마음 지킬 겁니다. – 메트로폴 파라솔, 세비야 / 2018. 8. 30. (포르투에서 세비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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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특별한 생각
특별히 누군가에게 신세를 져서 은혜를 갚아야하는 일이 없고 특별히 누군가 나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도 없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줘 빚을 받아야하는 일이 없고 특별히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 일도 없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준 일이 없는 것 같고 나도 특별히 누군가의 용서를 받을 일도 없다 특별히 더 공부할 게 많지 않고 나의 지식을 특별히 필요로 하는 일도 없다 특별한 게 없이 무특별의 길로 왔으니 내가 남아야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특별한 게 없다하여 부정하다 할 수 없으니 비난 받을 특별한 일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원래 보통의 인간으로 왔으니 공수래공수거 보통의 인간처럼 돌아간다 이렇게 특별한 게 사라지는 날은 특별히 더 어둡고 차갑고 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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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양이
다가오지도 도망가지도 않는, 쳐다보지도 않는 적정선의 관계. 길이 끝나는 곳에선 기약 없이 헤어지는, 또 볼지 안볼지도 모를 그런 일회성의 관계. 짧은 순간에 같은 방향으로 걷고, 무언가의 교감을 나누는 수평선의 관계. 편한듯 또는 가벼운듯, 서로 다른 세계에서 시작이 끝이 되는 유종의 관계. 너는 그렇게 침묵하고, 나는 또 야옹하는 역설의 관계. 내가 바로 길양이 길양이 / 201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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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스무살을 시작했다
지난주 서울에서 멀지 않은 서울로 출장을 가다가 스무살에 살았던 동네로 우연히 접어들었어. 처음 서울 올라와 살았던 곳.. 학교에서 그다지 가깝지도 않았던 곳… 그러다가 문득 참 행운이 깃든 곳이란 걸 알았던 곳이야. 거기서 2년을 살았어. 버스를 타고 학교에 통학했는데 아침에 버스 안을 뚫어지게 보다가 몇 대쯤은 지나보냈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고, 그 많은 사람 중에 내 사람이 없어서.. 한번은 학교에서 세 시간을 넘게 걸어서 왔던 그곳… 그 전에도 후에도, 앞으로도 다시는 걸을 일이 없는 그곳…. 그길 옆에서 빨간 신호를 보고 멈춰섰어. 그때 우린 걸으며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변한 것들 사이로 변하지 않고 남은 것들이 감사하게도 기억을 장식해. 케이에프시 할아버지, 어두컴컴한 국민은행, 차 소리에 놀랐던 지하도.. 지방에서 온 촌아이가 불고기버거를 먹다가 소스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