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생각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아이였을 때는, 어렸을 때는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 잠시 멈추는 모습이 담고 있는 그 즐거움까지도 하나의 묶음이었다. 지금의 때에 그것은 분리되었고 즐거움과. 춤과. 취하고. 흔들리는. 것들은 모두가 이제 별개가 되었다. 그렇게 멈췄다. (18. 11. 1.) 지금 내 마음을 지나고 있다. 순간 이미 지나쳐버렸는지 모른다. 항상 이렇게 손살같이 사라진다. 한번 지나쳐간 마음이 돌아올 땐 처음과 다르다. ‘너였구나’라는 말은 마음이 아닌 머리에 남는다. (18. 10. 15.) 나는 물을 머금고 있는 댐입니다. 요며칠 비가 왔어요. 군데군데에서 젖어듭니다. 그리고 무겁네요. 내 안은 지금 습하고, 춥고, 어둡네요. 이러다 무너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요. 부서질 것 같으면 내보내면 그만인 것을 왜 보듬고 있냐고요. 모르겠어요. 이런 거였다면, 이렇게 될 지 알았다면 애초에 댐이 되지도 않았을 거란 마음뿐이에요. 물은 우울하게 고여있다 이내 곧 큰소리를 내며 무너진…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모든 내리는 것들에는 …

    비가 쏟아져 내린다. 회색 보도 바닥에 튀어 오른 물방울들은 더 이상 솟구치지 못하고 다시 바닥으로 거꾸라진다. 그 위로 무음의 검은 신발들이 지나간다. 비의 생명력은 거기서 끝이 난다. 처음 꽃잎이 흩날릴 때도, 가을 낙엽이 내 앞으로 떨어지던 그때도 그랬다. 그리고 첫눈이 내리는 오늘 역시도 흩어져 사라질 뿐이다. 내리는 것들의 운명은 그러하다. 아니 사실 본연의 자리에서 삶을 떠나온 것들이 그런 것이다. 꽃의 향기는 사라지고, 낙엽은 부스러지고 눈은 언제왔느냐는듯 자리를 비워놓았다. 지리한 장마의 끝에 창가에 남은 물방울의 흔적만이 기억을 담고 있을뿐이다. 이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자연히 망각될 것이다. 별똥별은 소멸되는 순간에 있다. 마지막 짧은 시간에만 보이는 슬픈 운명을 타고 났다. 그리고 기꺼이 그 길로 걸어가고 있다. 되돌아가는 일이란 없다. 잊혀지는 길 위에 놓인 것들은 이렇다. 이것은 체념이기…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초보자의 문화 산책,  조경, 도시와 공간

    자하 하디드 아키텍트(ZHA) 협업 참여 전시기획

    자하 하디드 런던 본사(ZHA)와 협업했던 자하 하디드 360도 전시 크레딧(Credit)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자하 하디드 공식 홈페이지에 제 이름(Sibeom Yoo)이 올라와있는 줄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DDP 개장식에 맞춘 전시였고요. 대표님도 내한 하셨습니다. 사진도 같이 찍었어요^^ 이때도 참 고생했었는데, 큰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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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꽃

    여행 중에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유럽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전달해서 돌려보고 있다고 해요. 재밌죠? 기차에서, 카페에서 틈틈이 읽었어요. 그리고 오늘 더운 도시 세비야에서 할 게 없길래, “메트로폴 파라솔” 테라스에 앉아서 일몰을 기다리며 다 봤습니다. 17년 전 읽었을 때와 다르게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어요. 이어서 일몰을 보는데 평생 기억에 남을 8월 30일의 세비야가 됐습니다. 해가 진 후 야경을 보러오신 분에게 저의 감동과 함께 책을 전달했습니다.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지만 그분에게도 분명 큰 선물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이 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이 우연히 받아든 책 한 권이 될 줄은 몰랐네요. 이 마음 지킬 겁니다. – 메트로폴 파라솔, 세비야 / 2018. 8. 30. (포르투에서 세비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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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특별한 생각

    특별히 누군가에게 신세를 져서 은혜를 갚아야하는 일이 없고 특별히 누군가 나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도 없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줘 빚을 받아야하는 일이 없고 특별히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 일도 없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준 일이 없는 것 같고 나도 특별히 누군가의 용서를 받을 일도 없다 특별히 더 공부할 게 많지 않고 나의 지식을 특별히 필요로 하는 일도 없다 특별한 게 없이 무특별의 길로 왔으니 내가 남아야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특별한 게 없다하여 부정하다 할 수 없으니 비난 받을 특별한 일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원래 보통의 인간으로 왔으니 공수래공수거 보통의 인간처럼 돌아간다 이렇게 특별한 게 사라지는 날은 특별히 더 어둡고 차갑고 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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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양이

    다가오지도 도망가지도 않는, 쳐다보지도 않는 적정선의 관계. 길이 끝나는 곳에선 기약 없이 헤어지는, 또 볼지 안볼지도 모를 그런 일회성의 관계. 짧은 순간에 같은 방향으로 걷고, 무언가의 교감을 나누는 수평선의 관계. 편한듯 또는 가벼운듯, 서로 다른 세계에서 시작이 끝이 되는 유종의 관계. 너는 그렇게 침묵하고, 나는 또 야옹하는 역설의 관계. 내가 바로 길양이 길양이 / 2016.7.27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계절이란

    여름의 한가운데서 여름인 줄 모른다. 긴 장마와 찌는 폭염, 찝찝한 습도에도 그렇다. 더위와 싸우는 업무에 열중하면서도 도무지 계절을 모르겠다. 보통 달의 숫자가 바뀌면 계절이 온 줄 안다. 7월과 8월은 분명 여름일테다. 선풍기를 꺼내고 반팔을 내어 입는 시기, 에어컨의 누진세를 걱정하는 시기다. 그럴 때 “왔구나”라며 체감하게 된다. 기상청이 고지한 숫자들도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환경들이 바뀌면 계절이 변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기계적으로 주입되는 “계절의 침입”이다. 뇌에 새겨진 여름의 증거들이다.그런데 사실 계절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머리로 받아들이는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살갗이 느끼는 기억, 온몸을 관통하는 바람, 그 사이마다 머물다간 향기다. 북서풍과 남동풍 안에 스며온 그와 나만이 나눈 교감이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그 때의 분위기다. 계절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살며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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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

    오늘 주문했는데 “내일 온다”고 하고, 내일이 돼서 또 주문했는데 “오늘 온다”고 한다. 책 두 권이 오는 속도, 참 빠르다. 고마운 마음으로 약속된 오늘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올까… 밤이 깊어가는데 아무래도 안 오는 듯하다. 입가에 미소가 띠인다. 그리고 흐뭇하다. 너무 빨리온다 싶었다. 그렇게나 빨리 필요했다면 내가 서점에 가는 게 맞겠지. 아무리 “배달”의 민족이라지만 조금 느긋해도 좋겠다. 기다리는 시간만큼 아끼는 마음도 들테고 성취 전에 목표를 잊어버리는 여유도 가끔은 필요하리라. 인과에 얽매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다 되는 법이다.     다만 이것은 받는 마음이고, 주는 마음에서는 또 최선을 다해야겠지. 아름다운 목적 앞에 결과를 연연하지 않는 진정성이랄까.      – 선물(present) / 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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