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사,  합리주의

    왜?

    “Why, why, why” 구자철 선수의 외침이 기억난다. 런던올림픽 한일전에서 그는 자신에게 엘로우 카드를 준 심판에게 달려들며 수차례 ‘와이’를 연발했다. 그는 몹시 화가 났지만 심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몇 번 더 말을 했다간 아마 퇴장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친구 중 한 명은 자신이 지루할 때쯤 구자철 선수를 따라한다. “밥 먹으러 가자”, “와이”. “집에 가자”, “와이”, “왜왜왜왜왜?” 여자면 귀엽게 봐줄 만도 한데 남자가 이러면 당장 퇴장시키고 싶은 본능이 솟아오른다. 어렸을 때는 호기심이 많았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몇 번을 물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합당해야만 난 행동으로 옮겼다. ‘왜’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유가 궁금했다. 이것은 반항의 차원이기보다 이해의 차원이었다. 교실에서 청소시간에 책상을 모두 뒤로 밀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왜 그래야하냐고 여쭈기도 했다. 답은…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사랑

    그날은

    그날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이 시각 이 장소, 이곳은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 그 생각에 어제 잠을 못 이룬 터였다. 두 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여 그저 빠짐없이 거닐었다. 시간이 교차하는 장소들의 사이로 인사를 한 것인지 감사를 한 것인지 그저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 후로 지금까지 나만 아는 일이 되었다. 나는 이후 그곳에 간 일이 없었다. 그 사람은 여느 때처럼 때맞춰 지각하며 웃으며 날 반기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좋은 관계속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 장소에 대한 이별을 부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곳과의 작별은 혼자만 간직했다. 이후 몇 해를 지나며 한번 쯤은 그날의 나에 대하여 나의 마음과 감정 그 안에 자리한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몇 번의 별 것 아닌 기회가 지나친 후 차츰 잊혀져갔다.…

  • - 시사,  합리주의

    악역 ..

    작년 방송연기대상에서 두 명의 악당이 상을 받았다. MBC에서는 ‘연민정’이 KBS에서는 ‘이인임’이 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특징은 각각 ‘장보리’와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타이틀로 내건 드라마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연기가 호평을 받으면서 ‘이유 있는 악역’, ‘국민악역’이라는 수식어도 붙게 되었다. 특히 연민정의 역할을 한 이유리는 조연배우로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악당의 역할이었음에도 연기대상의 영예를 얻게 되었다. 수많은 악행의 대가로 위기를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독하게 나아가는 연민정의 모습은 매혹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드라마에서 악역이 조망을 받는 경우가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결정된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악역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악당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런 명제 속에서 주인공은 대체로 선하고 상대는 악하다. 이는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가끔은 꺼두는 것도

    해가 지면 노을의 붉은 열정은 내리고 도시의 검은 적막함이 시작된다 어둠이 내려옴과 동시에 불빛은 하나둘 켜져간다 복잡할 때는 하나씩 하나씩 꺼두는 게 좋다 건물과 도시에서 가까운 여러 사람들까지도 그렇게 모두 닫아두었다면 마음에는 적막함이 시작된다 적막과 고독으로 이뤄진 무의 세계는 그 자체로 어둡지만은 않다 부담없이 천천히 그리고 조바심없이 걱정없이 까만 하늘에 별빛을 만들 듯이 하나씩 켜보자 순환하는 도시의 하루처럼 나의 삶도 리듬이 필요하다 가끔은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삶이다 – 가끔은 꺼두는 것도 2014.07.16 pic by sincereu. New York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설레는 마음

    변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들에 염원을 깃들이면 그것을 오랜 뒤 만났을 때 그 꿈은 함께 불어오곤 한다.  그리고는 생동하는 반가움의 미소가 고개를 돌릴 때 넌지시 지금을 스쳐 지나간다.  간혹 그 바람이 망각의 계절 속에 있다 할지라도 어렴풋이 내 안에 자리한 그 우주의 애잎은 싱그럽다.                                               … 높하늬바람이 가을을 만나면 (2017) – 높하늬바람이 가을을 만나면 2009.10.17 pic by sincereu.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그런 느낌 담담하게

    그냥 그런 느낌. 시간이 지남에 따라 ㅡ 모든 것이 본연의 자리로 ㅡ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 담담한 인생이란 온 몸이 원하는 그 끌림에 반하지 않는 것이다. – 담담하게 2009.12.12 pic by sincereu. Philadelphia

  • 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상의 생각

    대화가 필요해

    당신이 나에게 갖는 생각은 틀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게 말하기 전이거나 혹은 대답을 듣기 전이라면요. 당신이 나에게 바라는 마음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당신의 마음을 소리로 들었다면요. 그러니 우리 대화로 합시다. – 대화가 필요해 2010.01.20 pic by sincereu. New York

  • - 시사,  합리주의

    봉평터널 사고

    봉평터널 6중 추돌사고. 인천방향 상행선. 관광버스가 정체하고 있는 차량을 잊달아 들이받은 사고. 사망 4명, 부상 16명. 블랙박스 영상 (끔찍할 수 있습니다) 달리던 버스가 연달아 앞차량 5대를 튕기며 밀고 나간 사고. 최초 2대(K5, 아우디)는 좌측으로 튕겨졌고, 앞에  3대는 뒷차가 앞차를 박는 추돌(SM5, 그랜져, BMW) 이상한 점은 버스에 23명이 타고 있었는데 부상자가 없네요. 운전자도 부상이 아니네요.   위성지도와 로드뷰 확인해보니 터널로 진입하는 길이 약간 좌측으로 휘어지는 커브길. 오르막이면서 좌측으로 휘어져서 전방 시야 확보가 부족할 수는 있으나  어두운 시간도 아니고, 중앙에 나무도 없고, 하얀색 승용차였는데 왜 못봤을까. 심지어 첫 번째 사진보면 버스의 브레이크 흔적도 없음. 도로 안내판에는 “졸다가 추돌하면 90% 사망” 여기서 올해 초에 터널안에서 3중 추돌 나기도 했고, 추돌사고 종종 나는 곳이라 하네요. 터널 바로 앞에 속도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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