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
사랑도 나비효과 같을까
사랑도 나비효과 같을까 아주 커다랗게 자라있겠지 나비는 곁에서 날고싶었던 것일까 사뿐히 마주보아 그 향기에 감싸지기를 바랐을까 닿지 않아도 바라만보아도 좋았을텐데 날개짓이 행여 맹랑한 바람이 될까 두려웠을까 – 사랑도 나비효과 같을까 2011.04.04
-
애연히
해가 지는 저쪽 끝에는 무엇이 있기에 바람은 또 그 무엇을 담아 오는 것일까 코 끝에서 느껴지는 그 애연은 이내 몸 전체를 감싸고 돌아 손끝에서 흩어진다 오늘도 나는 잠깐의 가을 안에 있다 마치 관성과 같은 사랑은 한 번 스러지면 또 거듭하여 흩어진다 어느새 커져있는 독백은 더욱 부풀어오르고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되어간다 그 사이 마주한 애연과의 밀회는 곧이어 풍선처럼 터지고 만다 오늘도 나는 잠깐의 두려움 안에 있다 – 애연히 2011-09
-
끝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그저 그 끝에 머무른다 네가 말하는 그 끝에 나는 단지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널 바라보고 그렇게 기다리고 너의 모든 일탈과 욕망 세속과 소진이 모두 지난 잔잔한 바다를 내 방식의 끝에서 – 끝내 2016.09.21.
-
기억의 습작
모든 건 때가 있는 법 이라 하니까 그래 그냥 기다리는데 그때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버렸지 그래서 지난 그때에 나와 함께한 사람에게 참 고마웠다 느끼는 아주 사소한 감정 그 사랑이란 드문 기억에 나의 한잔 자작을 올린다. 고독와 슬픔은 오로지 나의 과거가 지닌 유산일 뿐 현재는 아니라는 것도 알아버렸지. – 기억의 습작 2016.07.21. 기억의 습작 / 박정현 듣기
-
우리는 아직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며 아주 클래식한 말들을 하더라구요. 훗, 사실 좀 지겹죠?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니거든요. 공이죠. 축구공부터 가져오고 말해야죠. 그러고 나선 아무 상관 없으니까. 저 이제 곧 찹니다. 놀라지말아요. 조금 출렁일 수 있거든요. 그런 후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아참, 그거 아세요? 저 학창시절에 학교 대표 골키퍼였음! 체육대회 축구 우승 추가요. 패널트킥도 다 막았죠. 흠, 사실 좀 이기적인가요? 미안해요. 근데 뭐, 착하기 놀이는 볼보이에게나 어울리는 일이죠. – 메리 언 메리드! (Merry Unmarried!) –
-
달리는 여자
어떤 사람이 좋냐길래, 달리는 사람이라고. 특이하다고. 헬스장 말고, 술집 말고. 바쁜 것도 아닐 거라고. 심오한 거 아니고. 그냥 갑자기 달리는 여자라고. – 그냥 좋다 / 20160517
-
사랑은 그렇더라구
예쁘다는 말은 모르는 사람일 경우 외모만을 말하는거지만 아는 사람일 경우는 다른 거 같아 예쁘다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는데 별 다르지 않았거든 그런데 남들이 평범하다고 해도 예뻤던 친구들이 있었어 확실히 예쁘다는 말은 아는 사람일 경우 의미는 다른 것 같아 모르는 어떤 사람이 예쁘다는 것은 강아지가 예쁘다는 말과 같은 거야 그냥 그렇다는거지.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닌 .. 보통 남자들이 섹시한 여자 좋아한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강아지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 그냥 그렇다는거지. 깊은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야 사랑은 본래 관심에서 비롯되는거니깐 .. 예쁘다고 혹은 섹시하다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거지 돌이켜보건대 그 어떤 사람에게도 만나자마자 바로 깊은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거든 예쁜 사람을 알게 됐을 때 관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아는 사람이 어느 순간 예뻐보일 경우에 관심이 생기는거야 내겐…
-
그날은
그날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이 시각 이 장소, 이곳은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 그 생각에 어제 잠을 못 이룬 터였다. 두 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여 그저 빠짐없이 거닐었다. 시간이 교차하는 장소들의 사이로 인사를 한 것인지 감사를 한 것인지 그저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 후로 지금까지 나만 아는 일이 되었다. 나는 이후 그곳에 간 일이 없었다. 그 사람은 여느 때처럼 때맞춰 지각하며 웃으며 날 반기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좋은 관계속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 장소에 대한 이별을 부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곳과의 작별은 혼자만 간직했다. 이후 몇 해를 지나며 한번 쯤은 그날의 나에 대하여 나의 마음과 감정 그 안에 자리한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몇 번의 별 것 아닌 기회가 지나친 후 차츰 잊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