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다움에 대해
-
일부일처제?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의 뜻은 무엇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한 남편이 한 아내만 두는 혼인 제도’라고 합니다. 과연 이말은 맞습니까? 그럼 일처일부제(一妻一夫制)는 어떨까요? 이 단어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비슷한 말로 일부일부제(一夫一婦制)가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검색하면 일부일처제와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결국 남는 건 일부일처제입니다. 그렇다면, 일부일처제의 상대어는 무엇입니까? 흔히 일부다처제를 생각하기 나름이죠. 일처다부제가 생각나진 않을 겁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런건가요. 아닐 겁니다.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의 뜻은 이렇습니다. ‘한 남편이 동시에 여러 아내를 두는 혼인 제도’. ‘한 남편이 한 아내만 두는 혼인 제도’인 일부일처제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이지 않나요? 위 두 단어의 차이는 ‘한 남편이 여럿의 아내를 소유할지, 한명을 소유할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보입니다. ‘소유’는 제가 첨가한 단어입니다만 ‘두는’ 이라는 말 속에 그런 의미가 내포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왜 이런 개념이 나왔을지에 대해…
-
사랑은 그렇더라구
예쁘다는 말은 모르는 사람일 경우 외모만을 말하는거지만 아는 사람일 경우는 다른 거 같아 예쁘다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는데 별 다르지 않았거든 그런데 남들이 평범하다고 해도 예뻤던 친구들이 있었어 확실히 예쁘다는 말은 아는 사람일 경우 의미는 다른 것 같아 모르는 어떤 사람이 예쁘다는 것은 강아지가 예쁘다는 말과 같은 거야 그냥 그렇다는거지.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닌 .. 보통 남자들이 섹시한 여자 좋아한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강아지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 그냥 그렇다는거지. 깊은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야 사랑은 본래 관심에서 비롯되는거니깐 .. 예쁘다고 혹은 섹시하다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거지 돌이켜보건대 그 어떤 사람에게도 만나자마자 바로 깊은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거든 예쁜 사람을 알게 됐을 때 관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아는 사람이 어느 순간 예뻐보일 경우에 관심이 생기는거야 내겐…
-
바둑, 흑과 백 뒤에 숨은 심리극
얼마 전 ‘세기의 매치’ 영화가 체스 게임의 스릴을 느끼게 해주었죠. 두 사람 모두 예민의 극치에 다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젠 이세돌과 알파고가 세기의 매치를 하고 있네요. 2연패. 마음이 무거울 겁니다. 바둑은 전투니깐요. 상대가 아무리 컴퓨터라 할지라도 맞붙은 이상 이것은 승부죠. 바둑은 본래 전투입니다. 싸움입니다. 바둑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초한지(천하대전)’입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대국對局’으로 극을 이끌어 갑니다. 홍문연에서 범증(항우측)과 장량(유방측)이 맞붙는 장면입니다. 동시에 5개의 바둑을 두고 승부를 내죠. 백돌을 들었던 장량은 대패 합니다. 바둑 게임은 패했지만 항우의 방심을 틈타 유방은 홍문연에서 살아남게됩니다. 이후 유방은 한중으로가 세력을 키워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우게 됩니다. 영화의 영어제목 White Vengeance 처럼 복수를 합니다. 이미 진 사람도 죽기 직전 마지막 패를 던지고 갑니다. 양패구상(兩敗俱傷) 영화를 통해 보면 참 좋을…
-
익스트라버건트
너무 바쁜 일상들 속에서 움이나 함으로 끝나는 감정의 낱말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공허함 그리움 가끔의 우울함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랬다 누군가는 여유 속에서 시간을 사치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나름의 바쁜 일상 속에서 그 감정들은 쉬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유와 관계없이도 생겨나는 그 감정 자체가 사치인 것인가 아니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회가 사치인 것인가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랬다 누군가 그것을 익스트라버건트라 꾸민다면 나는 좀 더 럭셔리하게 해 볼 생각이다 – extravagant 2010. 12.31
-
그날은
그날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이 시각 이 장소, 이곳은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 그 생각에 어제 잠을 못 이룬 터였다. 두 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여 그저 빠짐없이 거닐었다. 시간이 교차하는 장소들의 사이로 인사를 한 것인지 감사를 한 것인지 그저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 후로 지금까지 나만 아는 일이 되었다. 나는 이후 그곳에 간 일이 없었다. 그 사람은 여느 때처럼 때맞춰 지각하며 웃으며 날 반기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좋은 관계속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 장소에 대한 이별을 부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곳과의 작별은 혼자만 간직했다. 이후 몇 해를 지나며 한번 쯤은 그날의 나에 대하여 나의 마음과 감정 그 안에 자리한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몇 번의 별 것 아닌 기회가 지나친 후 차츰 잊혀져갔다.…
-
가끔은 꺼두는 것도
해가 지면 노을의 붉은 열정은 내리고 도시의 검은 적막함이 시작된다 어둠이 내려옴과 동시에 불빛은 하나둘 켜져간다 복잡할 때는 하나씩 하나씩 꺼두는 게 좋다 건물과 도시에서 가까운 여러 사람들까지도 그렇게 모두 닫아두었다면 마음에는 적막함이 시작된다 적막과 고독으로 이뤄진 무의 세계는 그 자체로 어둡지만은 않다 부담없이 천천히 그리고 조바심없이 걱정없이 까만 하늘에 별빛을 만들 듯이 하나씩 켜보자 순환하는 도시의 하루처럼 나의 삶도 리듬이 필요하다 가끔은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삶이다 – 가끔은 꺼두는 것도 2014.07.16 pic by sincereu. New York
-
설레는 마음
변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들에 염원을 깃들이면 그것을 오랜 뒤 만났을 때 그 꿈은 함께 불어오곤 한다. 그리고는 생동하는 반가움의 미소가 고개를 돌릴 때 넌지시 지금을 스쳐 지나간다. 간혹 그 바람이 망각의 계절 속에 있다 할지라도 어렴풋이 내 안에 자리한 그 우주의 애잎은 싱그럽다. … 높하늬바람이 가을을 만나면 (2017) – 높하늬바람이 가을을 만나면 2009.10.17 pic by sincereu.
-
그런 느낌 담담하게
그냥 그런 느낌. 시간이 지남에 따라 ㅡ 모든 것이 본연의 자리로 ㅡ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 담담한 인생이란 온 몸이 원하는 그 끌림에 반하지 않는 것이다. – 담담하게 2009.12.12 pic by sincereu. Philadelph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