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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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 or 플랫♭
A에게 전한 말은 대부분 어떤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전파된다. 때로는 특정인 B에게 전달된다. 이것은 의도한 바 일 수도 있다. 반면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기도 한다. 이 흐름은 대체로 추측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랜덤이다. 그래서 어쩌면 굳이 예측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은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면 된다. 누가 언제 무얼했다는 일들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빨리 잊어버릴수록 뇌가 가벼워진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디테일을 부여할 수 있다. 그 말의 높낮이에서 입장이 다소 달라지는데 샵# 또는 플랫b에서 주체의 마음이 드러나게 된다. 음(音)이 달라지는 것은 고의성 유무에 따라 마음이기도 하고, 능력이기도 하다. 둘 다 중요하다. 음정이 불안한 그 말은 일상적인 대화로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격을 알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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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만 있으면 되었다
운동화만 있으면 되었다 끈은 내가 묶고 물은 안먹어도 그만 그것은 과연 오르막이었을까. 앞으로 달리고 있다는 발걸음은 신경을 가벼이 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게 하였다. 타인의 안위는 가식이 된 송장으로 친구의 도시락을 걱정하던 소년은 사라지고 순수한 동감은 굳어버린 시선을 비켜갔다. 활력과 감성은 멀어지고 생기는 고장난 태엽처럼 소리를 내며 후퇴했다 사랑은 애송이의 가십인양 그저 저렴한 술안주로 전락했다. 소년이 스무해를 거쳐 서른 즈음이 되는 것은 세상의 따스함을 욕정으로 밀어내어 속물의 지위를 성취하는 것이었을까 그것은 과연 오르막이었을까 조금 더 오르면 끝없는 지평선과 태양이 비추는 곳이었을까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태양 산산히 부서내리는 사막의 모래알 그 위에 떠 있는 공허한 발걸음 경사의 신기루 속에 방향마저 잃은 채 이젠 곧 맨발을 드러내야 하겠지 – 운동화만 있으면 되었을까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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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마음
나는 괜찮은데 내 마음이 힘들어할 때가 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 왜 심장은 아픈지 불협의 관계에 놓인다. 버스 창 밖 풍경에서 불현간 마음이 흐트러진 때였다. 무엇때문인지 마음이 맘대로 시간을 거슬러갔던 시간. 아무렇지 않게 지나 자연스레 묻어뒀던 일상이 성급하게 아픔이 되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창 밖 풍경들이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고 기억이 유리창 위로 나타난다. 아픔이다. 몰랐던 상처다. 아니 잊으려했던 옛일이다. ‘사실은’ 혹은 ‘우리는’으로 시작할 이야기가 그렇게 묻혀있다. 나는 괜찮은데 마음은 기억하는 일. 분명히 머리와 심장은 별개인 증거다. 오늘은 조곤히 심장을 따른다. – 유리창 너머 /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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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처음이란
많은 사람들과의 첫만남을 기억한다. 그들의 첫인상 혹은 우리의 첫 대화 아니면 우리의 첫 소통이랄까. 이어짐에 대하여. 그 순간들이 인상 깊어서 기억되거나 혹은 자주 그 때를 생각하면서 각인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은 강렬하게 내게 스며든 시간의 한 장면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지라도 나에게는 조금은 특별히 기억되는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는 좋은 기억이며 잊고 싶지 않은, 그리고 마음으로 그 사람을 내안에 초대하기 어렵지 않았던 많은이들과의 유쾌한 첫만남을 기억한다. 그것이 우정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사랑이 되기도 했다. 애틋함이나 즐거움, 아련한 추억들로 남아있는 스틸컷은 첫만남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혹 누군가에게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는지 그때의 나의 느낌은 어땠는지 그때가 가끔 생각이 나고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와 같다고 얘기하며 여전히 잘 기억이 난다고 웃으며 말을 건넨다면 그것은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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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웃
야구가 지루한 이유는 3-out까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묻지 말자. 확인하지 말자. 1-out이면 충분하다. 야구는 9회말 2-out까지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1-out이 남았기 때문이다. 1-out이면 충분하다. 다시 묻지 말자. 확인하지 말자. 다시 시도하지 말자. – one out / 201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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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아닌 악역
악역의 배우와 그를 고립시키는 사람들. 악당이 태어나는 조건이다. 악당이 아닌 악역을 대하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때로는 악역이 필요한 법이다. 그는 악역일뿐 /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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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사라지는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고 흥미도 없고 잠도 안오고 미래도 없고 의미도 없고 기쁨도 없고 방이 어둡고 정신도 없고 생각도 없고 멋도 없고 운도 더럽고 느낌도 없고 기대도 없고 시간도 없고 대안도 없고 출구도 없고 책임도 없고 이쯤되면 나도 없다. 우울한 편지 / 201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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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그리고 생각하기
생각이 없는 날들이 많아졌다. 생각할 게 너무 많다는 이유로 생각을 안한다. 너무 많은 핑계들. 왜 자꾸 생각을 하지 않을 변명거리들만 들어놓는 것일까. 생각하고 싶다.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생각에는 분명 깊이가 있다. 바다의 깊이에 따라 바다색이 만들어지듯 사람이 가진 철학의 깊이가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