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의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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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2019. 10월 [이미지는 추후 엔딩부분 차량 위에 일어선 사진과 포즈로 바꿀 예정] ‘조커’라는 악당의 탄생 배경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영화 역사상 최악질의 범죄자다. 이제와서 나쁜 사람이 된 배경을 탐구하는 것인데, 태생적인 한계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됐든 결과는 이미 ‘범죄자’다. 여러 가지 상황설정을 통해 나름의 명분있는 전개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 설정은 사실 뻔하게 예측가능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은 그것이 충분히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력자에 의해 피해를 본 경험은 흔한 설정 중 하나다.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파탄나게 만든다. 왕권시대와 독재시대뿐만 아니라 민주화가 이룩된 현재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권력’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된다. 어쩌면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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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2019. 7월 한 집단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외부인들에 대한 이야기. 집단에 속한 그룹(갑:권력&기득권)과 아닌 그룹(을:초대자)이 나뉘어 전개된다. 갑은 그 사회의 모든 것을 주관한다. 심지어 삶과 죽음 조차도 계획한다. 하물며 법과 제도 그리고 모든 일상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 의심없이 초대된 순간 이미 그 안에 있게 되었다. 수백년간 이어온 그들의 문화를 처음 접하는 주인공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판단할 수 있는 자격도 없고, 비판할 수도 없다. 그들은 단지 축제를 위해 방문객 신분에 주어진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 접하는 생소한 문화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적응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고, 그들의 법을 어기면서 그 집단에서 차례로 하차하게 된다. 협조하지 않는 자는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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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과 ‘헛간을 태우다’
참여 중인 ‘책다방’ 프로젝트로 영화 ‘버닝’을 관람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창동이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배역을 가지고 철학적 장난을 한 것이라면 나는 정말 놀랐다고 말할 것이다. 이 부분은 추후 나오는 평론가들의 말을 보고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 다만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너무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은 나만의 ‘재미난’ 시각일 뿐일 수 있다. 관람 전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헛간을 태우다’를 읽었다. 단편소설이라 이 자체가 영화가 되기엔 무리가 있을 거로 보았다. 열린 결말이긴 했지만 그보단 시작도 끝도 없는 단편 이야기라는 느낌이었다. 큰 뜻없이 짧게 툭 던지고 끝나는 소설. 그렇기에 확장성이 생기는 역설. 이창동은 앞뒤로 이야기를 부가해 내용을 전개했다. 우선 영화와 소설은 완전히 다르다. 이창동은 ‘버닝’이라는 단어 자체하나에 몰두하여 영화를 전개한다. 한 인간의 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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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조용필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ㅡ 조용필, 꿈 (1991)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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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2013년 ‘쇼코의 미소’ 소설 단편으로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되었고, 매년 개최하는 젊은작가상 작품집에 2014년 ‘쇼코의 미소’와 2017년 ‘그 여름’이 당선하여 수록됐다. 이번에 ‘그 여름’에 더해 6편의 추가 단편 소설을 묶어 낸 것이 ‘내게 무해한 사람’이다. 작가는 여자이며, 나와 같은 나이다. 통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았으나 잘 읽히지 않았다. 어떤 구절들은 꽤 마음에 안들 정도였다. 기술(記述)적인 부분에서 내공이 약한 느낌이었다. 각 단편을 시작하는 도입부도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스타일 자체가 그런 듯했다. 또는 나의 가독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에서부터 읽지 못했고, 읽기 쉬운 것부터 골라읽었다. 두 편쯤 읽고 나니 작가의 마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글을 읽지 않았고, 행간에 걸친 마음을 읽었다. 7편에 담은 사건과 이름들은 수식이었다. 가족, 동성친구, 이성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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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젊은작가상 ‘더 인간적인 말’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여기 수록된 단편 중 ‘더 인간적인 말’(정영수)에 대해서 포스팅한다. 현재 참여중인 ‘책다방’ 프로젝트에서 읽은 책이다. ‘책다방’에 대해서는 추후에 소개할 예정이다. 정영수, 「더 인간적인 말」 작품 공식소개 소모적인 논쟁에 지쳐 이혼을 결심한 부부에게 안락사를 결행하러 스위스로 떠나려는 남편의 이모가 나타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나가는 이모를 보며 부부는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배운다. 결국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와 말의 한계를 섬세하게 드러내 보이는 작품.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인간적’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적인 말’은? 토론을 좋아해서 만나 결혼해 살고 있는 부부에게 권태기가 찾아왔고, 늪처럼 빠져들어간다. 토론은 항상 적대적으로 끝이 나고, 상처만 남게 된다. 이혼까지 결심하게 되는 그들은 도대체 왜 싸우고 있을까. 상대는 내 말을 듣지를 않고, 이해도 못하며 자기 주장만 한다. 토론을 좋아했던 그들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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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당신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모든 죄악은 욕망에서 시작한다. 그 욕망이 부패를 가속화한다. by sincereu 이 소설의 구도는 간단하다. 살인과 그것의 동기가 대립한다. 살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그 동기에 명분을 실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그 설정은 한 인간이 욕망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합리화된다. 마지막 경찰까지도 포함이다. 결국 주인공은 살인에 대한 어떠한 처분도 받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물론 열린 결말 속에 들킬 수도 있는 여지가 남아있지만 그것은 작가가 도덕적인 면피를 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잡히지 않는 것이 소설의 목적에 부합한다. 썩은 사과를 버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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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리뷰 초안
지난 목요일 개봉 때 본 것을, 지금 생각나는 대로 정리했다. 한 번 더 보고 정리하려고 했는데 우선 떠오르는 것을 써둬야겠다. 우선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조여정의 멘트로 대신하고 싶다. 지금 정확히 생각은 안나는데 “깔끔하다”. The simple is the best. 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고, 디테일 마저도 깔끔하다. 웃음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치닫는 순간까지 관객들의 마음과 감정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거기에 주안점이 있다. 쓰레기통 속 화장지에 케쳡을 뿌린 모습에서 나도 웃었다. 이게 과연 웃을 일인가 싶지만, 감독은 관객이 기어기 웃게 만든 것이다. 그 웃음의 정점이 그 장면이었다. 바로 그게 가족 전부를 그 집에 들어오게 한 마지막 계획이기도 했다. 그런 웃음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계기는 뭐였을까. 우선은 지하에 사람이 더 있다는 설정에서 그들의 비극을…